가톨릭교회는 자신을 "영원불변의 진리"를 지닌 기관으로 정의해왔지만, 21세기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그 교리가 현실과 여러 면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는 이러한 충돌 상황을 명확하게 다루기보다는, 때로는 이를 회피하거나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태도는 신앙 공동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음에서는 가톨릭 교리가 마주한 대표적인 현실과의 충돌 사례들을 살펴보고, 교회가 이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여성 사제 금지 문제
가톨릭 교회는 여성에게 미사 집전을 위한 사제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199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예수도 남성만을 사도로 삼았기에 여성 사제 서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으며, 현 교황 프란치스코도 이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 사제 서품 금지가 사실상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밝혔고, 요한 바오로 2세 시대에 이미 이 사안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여성들이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여성 사제 서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금지 조치는 “교회 내 유리천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교회 구성원 중 일부는 교리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여론조사에서는 약 59%의 가톨릭 신자들이 여성도 사제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으며,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한 7개국 조사에서도 다수의 신자들이 여성 사제 서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사회에서 여성 평등은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았으며, 이에 따라 교회의 전통적 입장은 일부에게 시대착오적으로 비칠 수 있다. 여성에게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제직은 배제하는 현 상황은, 결과적으로 “여성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고위 성직자의 사치 논란
일부 고위 성직자들은 청빈과 겸손이라는 교회의 가르침과는 상반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독일 림부르크의 프란츠페터 테바르츠 판 엘스트 주교는 약 400억 원을 들여 고급 주교 관저와 교구청 건물을 건설한 사실로 논란이 되었다. 건물에는 황금 욕조, 고가의 회의용 식탁, 수억 원대의 개인 경당 등이 포함돼 있었고, 이로 인해 그는 ‘사치 주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바티칸은 그를 교구장직에서 해임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전 바티칸 국무원장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이 있다. 그는 어린이 병원 자선기금 중 약 20만 유로를 개인 펜트하우스 개보수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오해였다”고 해명하며 15만 유로를 기부했지만,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도 유사한 사치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의 한 주교는 사교 행사와 전용기 이용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고, 브라질의 한 주교는 고급 승용차와 목장 구입에 헌금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명품 목걸이, 고급 구두, 전용 운전기사가 딸린 세단 등을 사용해 사회 지도층과 유사한 소비 행태를 보였으며, 이러한 모습은 빈곤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모순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청빈과 겸손이라는 교리와의 충돌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청빈과 겸손을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해왔다. 예수는 복음서에서 “가난한 자는 복되다”고 말하며 물질적 소유보다 신앙을 중시했으며, 제자들에게도 이와 같은 삶을 따르도록 가르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따서 교황명을 정한 것도 이러한 가치에 대한 강조로 해석된다.
가톨릭 사회 교리에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 반복적으로 강조되어 왔고, 이는 공의회 문서와 교황 권고문 등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 집중해야 하며, 성직자들은 소박한 삶을 통해 복음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일부 성직자들은 이러한 교리와는 상반된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급 차량, 비싼 의복, 금실 장식 제의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사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으며, 실제로는 중고 차량을 이용하고, 교황궁 대신 게스트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성직자들은 여전히 특권을 누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교회의 도덕적 권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도 시대의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라는 고백은 오늘날 일부 성직자들에게는 “은과 금은 충분히 있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으며, 이는 신자들의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
결론
가톨릭 교회는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라는 이상을 제시해 왔지만, 일부 현실에서는 그 이상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괴리는 교회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며, 향후 교회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