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미국 출신의 인물인 레오 14세가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미국 국적 교황의 선출은 정치적 중립성 유지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교적 가치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했던 교황청 운영 사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역대 교황들이 평화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바티칸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 정황은 지속되어 왔다. 특히 바티칸 시국 내의 교황청 금융기관인 바티칸 은행(교황청립 종교사업연구소, IOR)은 장기간 각종 재정 부패와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해당 은행은 원래 성스러운 목적을 위해 설립되었으나, 실제로는 돈세탁, 배임,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된 사례들이 보고되었다. 내부 감시의 부재와 권력의 남용이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바티칸 은행은 1942년 교황 비오 12세의 교서에 따라 설립되었으며, 설립 초기부터 높은 자율성과 비공개 운영 원칙에 따라 활동했다. 이로 인해 외부의 감시나 국제 금융 규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부패와 불법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은행의 수익과 지출 내역은 외부에 거의 공개되지 않아, 교회 재정의 투명성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교황청 재정 부패 관련 주요 사례
- 1970년대 마피아 금융가 연루 사건
바티칸은 이탈리아 금융업자 미케레 신도나를 자문역으로 기용하였고, 신도나는 마피아와 비밀결사 P2와 연계된 인물이었다. 1974년 신도나의 프랭클린 국립은행 파산으로 교황청은 약 3,500만 리라(약 2천만 파운드)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교회 자금이 조직범죄와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 1982년 암브로시아노 은행 사건
당시 바티칸 은행장 폴 마르친쿠스 대주교는 이탈리아 암브로시아노 은행에 보증을 서주었고, 은행 파산 후 사기 혐의로 지목되었다. 은행장 로베르토 칼비는 비밀결사 P2 회원으로, 유죄 판결 후 런던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해당 사건은 바티칸 은행이 불법 자금과 관련되었음을 시사하며, 결국 바티칸은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약 2억 2,400만 달러를 배상했다. - 1990년대 나치 금괴 은닉 의혹
1999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바티칸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나치 및 크로아티아 우스타샤 정권의 약탈 자산이 바티칸을 통해 숨겨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해당 소송은 교황청의 국가 면책특권으로 각하되었으나, 가톨릭 교회 재정이 역사적 전쟁 범죄와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남겼다. - 2010년 자금세탁 수사
이탈리아 당국은 바티칸 은행 계좌에서 발견된 2,300만 유로의 자금 흐름을 근거로 수사를 시작했고, 당시 은행장 에토레 고티 테데스키도 조사 대상이 되었다. 이후 바티칸은 금융 투명성 조치를 약속하고 자금을 회수했으나, 돈세탁 관련 보도는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 2021년 전직 은행장 유죄 판결
전직 바티칸 은행 수장 앙젤로 칼로야는 부동산 거래에서 거액을 착복한 혐의로 기소되어, 횡령 및 자금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8년 11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는 바티칸 역사상 최고위 성직자의 금융범죄 유죄 사례였다.
이처럼 바티칸 은행은 오랜 기간 동안 범죄 조직과의 연루, 내부자 보호, 정보 비공개 등의 문제로 논란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암브로시아노 사건 당시 마르친쿠스 대주교에 대한 이탈리아 사법당국의 신병 요청은 바티칸의 치외법권 주장으로 무산되었으며, 이는 부패 혐의자 보호로 해석되었다. 또한 2013년까지 바티칸은 연례 재무보고서를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개혁 시도와 남은 의혹
2010년대 들어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금융 개혁을 시도했다. 2010년에는 교황청 금융정보청(AIF)이 설립되어 거래 감시가 시작되었고, 2012년에는 유럽 머니발 평가 참여를 통해 국제 기준 충족 노력을 보였다. 그 결과 자금세탁 방지 분야 16개 중 9개 항목을 충족했으나, 여전히 절반 가까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수백 개의 의심 계좌를 폐쇄하고, 금융 전문가를 은행장에 임명했으며, 외부 회계 감사 도입 등 투명성 확보 조치를 시행했다. 바티칸 은행은 처음으로 연례보고서를 공개했고, 일부 자금 동결 조치도 있었다. 그러나 수년간의 자금 운용 방식과 사용 내역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개혁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회의가 존재한다.
2023년 기준, 바티칸 은행은 약 54억 유로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런던 부동산 투자 의혹 등 새로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바티칸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재정 운영의 불투명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교회 도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자들 사이에서는 교황청의 부패 사례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확산되었으며, 교회가 내부 정화와 투명성 확보에 실패할 경우, 이러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회자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