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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만드는 세계청년대회

포르투갈 주교 조제 호세 오르넬라스가 1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조사 독립위원회의 '성직자 미성년자 성학대' 최종보고서 발표직후 기자회견에서 공식 사과문을 읽고있다/ 사진=로이터 사진츨처: 네이트 뉴스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는 신앙을 다지고, 청년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기 위한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성 학대 문제와 이를 둘러싼 미온적인 대응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단순한 축제를 넘어 추가적인 우려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르투갈 가톨릭 교회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성 학대 문제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신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20년까지 피해자가 최소 4815명에 이른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성직자들에 대한 처벌조차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약속했던 기림비 설치마저 최근 무산되며, 교회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축제를 여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서 정의를 요구하는 와중에, 교회가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리스본 곳곳에는 "포르투갈에서 48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가톨릭 교회에 학대당했다"는 내용의 광고가 게시되며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행사가 신앙 공동체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 피해자들의 아픔을 덧나게 하거나, 새로운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수많은 청년들과 성직자가 만나는 자리인 만큼, 적절한 관리와 책임감이 없다면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교회 내 성 학대 문제의 근본은 권력 남용과 은폐에서 비롯된 만큼, 대규모 행사가 그러한 구조적 문제를 더 부각시키는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교회는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 하기보다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합니다. 성 학대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교회는 신뢰를 회복하고,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