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 이럴 거면 이름을 바꿔야할듯
가톨릭 이름 아래 벌어진 탐욕과 위선, ‘성모병원’ 이대로는 안 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환자를 가족처럼 돌본다는 고귀한 이념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 병원과 자매 병원인 국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일들은 그 이념을 송두리째 부정합니다. 환자의 고통에 함께하겠다는 약속 뒤에는, 오직 돈의 논리만이 지배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가톨릭의 이름은 철저히 훼손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드러난 사건은 국제성모병원의 건강보험료 부당 청구입니다. 병원은 서류를 조작해 존재하지 않는 환자를 허위로 만들어내고, 진료비를 청구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가로챘습니다. 이는 명백한 범죄이자, 가톨릭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큽니다. 신부가 병원장으로 있는 공간에서 이런 조직적인 보험 사기가 자행된 것입니다. 2015년 언론 보도로 의혹이 불거지자 시민단체와 여론은 강력히 반발했고, 경찰 수사와 지방의회의 조사가 이어졌지만, 인천지방법원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사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무시되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국정감사에서 약 2억 원 규모의 부당 청구가 명백히 드러났고, 병원은 결국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민 보험을 이용해 부정이득을 취한 병원이 가톨릭 이름을 내건 기관이라는 점은 씻기 어려운 배신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드러난 실상은 인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노조 탄압과 노동자 괴롭힘입니다. 30년 넘게 간호사로 근무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해온 홍명옥 전 노조지부장은 병원으로부터 부당 해고를 당했고, 해고에 이르기까지 병원 관리자들의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동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당하고,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현실은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톨릭 병원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출근길에 쓰러져 입원한 그에게 병원은 병가도 인정하지 않고, 무단결근으로 처리해 해고를 강행했습니다. 병원이 환자와 노동자를 존중하기는커녕, 인간을 도구처럼 취급하며 자신들의 불편을 제거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가톨릭 병원의 존재 이유를 근본부터 부정합니다.
이 모든 사태는 결코 우연한 일회성이 아닙니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병원을 인수한 이후, 철저히 ‘수익 중심’으로 운영된 결과가 누적돼 폭발한 것입니다. 공개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병원의 목표는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이 아닌 ‘수익 창출’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반드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 “비용 절감보다는 수익”이라는 문구가 수차례 등장하고, 행정부원장 신부가 고가 장비인 PET-CT 검사를 하루 17건 이상 유지하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는 고가 비보험 항목을, 환자의 필요와 상관없이 돈벌이 수단으로 동원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 측은 ‘ACE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을 거리 홍보에 동원해 환자 유치에 나섰습니다.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 행위는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직원들에게 거리 마케팅을 강요하며, 오직 수익 확대만을 목적으로 의료 윤리를 무시했습니다. 가톨릭 병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조차 찾아볼 수 없는 행태입니다.
노조에 대한 탄압도 집요했습니다. 인천교구가 병원을 인수한 직후부터 노조 간부들에 대한 징계,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랐고, 심지어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노조원을 감시하고, 용역을 동원해 시위자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까지 벌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수녀와 성직자들이 관여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그 결과 1,800여 명의 직원 중 노조원은 단 11명만 남았고, 사실상 노조는 와해되었습니다. 이는 기업조차도 감히 실행하기 어려운 반노동 문화입니다. 그것이 하필이면 가톨릭 병원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야말로 더욱 충격적입니다.
더 가관인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성직자 경영진의 이중적 태도입니다. 병원장 신부와 행정부원장 신부 등은 노사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며 대화를 거부하면서도, 병원 수익이 늘어나는 동안 본인들의 연봉은 몇 배로 챙겼습니다. 병원이 전 직원 임금을 4년간 동결한 동안, 이들 고위 성직자들의 연봉은 4천8백만 원에서 1억6천만 원까지 폭증했습니다. 여기에 병원장 신부는 재임 중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해 선거법 위반 처벌까지 받았습니다. 노사 문제엔 침묵하면서도 돈 문제엔 누구보다 민감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탐욕과 위선이 지배하는 조직에서 병원 문화가 건강할 리 없습니다. 직원들은 진료보다 사제 축하식에 동원되었고, 업무 시간에 가수 싸이의 말춤을 연습해야 했습니다. 노조원을 색출하려는 듯한 ‘영정사진 형태의 살생부’가 돌고, 행정부원장 신부가 “치워버려라” 한마디 하면 해당 직원이 곧 부서에서 사라졌습니다. 병원이 아니라, 사제 중심 권위체제 아래 움직이는 억압적 조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 지켜본 신자들과 시민들은 깊은 분노와 좌절을 토로했습니다. 한 수녀는 “수도자가 노동자를 감시하다니 충격”이라 말했고, “병원에서 ‘성모’라는 이름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병원과 교구는 귀를 닫았습니다. 오히려 병원과 교구는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은 노조와 시민단체를 상대로 5억 5천만 원을,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1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진실을 외친 이들을 법정으로 탄압하며 입을 막으려는 행태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습니다.
가톨릭 신앙의 핵심은 사랑과 정의, 약자와의 연대입니다. 그러나 지금 인천교구 산하 병원은 이를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노동자를 파괴하며, 거룩한 가르침을 탐욕의 명분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병원이 ‘성모’라는 이름을 계속 달 자격이 있습니까?
이제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교회와 병원은 이 사태를 직시하고, 뼈아픈 성찰과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성모’라는 이름은 더 이상 입에 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거룩한 이름 뒤에 숨은 위선과 탐욕을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그 이름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라면, 이제는 내려놓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