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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바티칸-중국 협약

heezzling 2025. 2. 5. 10:09

 

2023년 교황의 지난해 9월 몽골 방문 모습[EPA 연합뉴스 (바티칸=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바티칸과 중국 간에 체결된 **‘주교 임명에 관한 협약’**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 협약은 바티칸과 중국 공산당이 오랜 대립을 끝내고 협력의 새 장을 열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지만, 그 결과는 중국 내 가톨릭 공동체, 특히 지하 교회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협약 체결 이후 중국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탄압, 바티칸의 침묵, 그리고 국제 사회의 비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덕적 리더십에 깊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바티칸-중국 협약의 내용과 그 영향

2018년에 체결된 바티칸과 중국 정부 간의 주교 임명 협약은 중국 내 가톨릭 교회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협약의 핵심은 중국 공산당이 주교 후보를 추천하면 교황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바티칸은 중국 내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적 자유를 증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협약은 오히려 중국 정부가 가톨릭 교회를 더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협약에 따라 중국 공산당이 추천한 주교 7명이 교황의 승인을 받아 임명되었으나, 이들 중 일부는 신학적 자격 부족과 비도덕적 행위로 논란이 되었다. 일부 주교는 첩을 두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았는데, 이는 가톨릭 교회의 교리와 전통에 어긋나는 결정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사례는 교황이 정치적 타협을 위해 교회의 원칙을 희생했다는 비판을 낳았다.


지하 교회의 탄압과 고통

협약 이후 중국 공산당은 지하 교회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지하 교회는 교황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비공식 가톨릭 공동체다. 협약 체결 전에도 이들에 대한 탄압이 존재했으나, 이후 상황은 훨씬 악화되었다.

허난성의 류 취안파(Liu Quanfa) 신부는 협약 이후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그는 정부의 감시, 생계 보조금 중단, 이동 제한 등의 제재로 인해 신자들의 구호금에 의존하며 생존해야 했다. 그의 교구는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로 폐쇄되었고, 정부가 임명한 성직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러한 조치는 지하 교회 신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일부는 "바티칸이 우리를 버렸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과 교황의 침묵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시작된 평화적 시위로, 시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의 요셉 젠(Joseph Zen) 추기경은 민주화 운동의 강력한 지지자로 나섰다. 그는 중국 정부의 억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국 정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젠 추기경은 "교황은 중국 공산당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하 교회를 배신했다"고 비판하며, 교황이 가톨릭 신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콩 가톨릭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기를 기대했지만, 교황은 일관되게 침묵했다. 이 침묵은 가톨릭 교회의 도덕적 리더십을 크게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약 추진 과정과 도덕성 논란

바티칸-중국 협약은 체결 과정에서도 심각한 논란을 야기했다. 협약의 주요 추진자는 2018년 성범죄 혐의로 사임한 테오도어 맥캐릭(Theodore McCarrick) 추기경이었다. 그는 성범죄와 부패 혐의로 비난받던 인물로, 협약 추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맥캐릭 추기경은 오랜 기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러한 인물이 협약 추진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은 바티칸이 도덕적 정당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공산주의에 대한 무지와 타협의 대가

1937년 비오 11세 교황은 공산주의를 "잔인하고 뻔뻔스러운 허위의 메시아 사상"으로 규정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산주의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중국과의 타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협약을 이용해 가톨릭 교회를 철저히 통제하고, 심지어 성경을 공산당 이념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18세 미만 청소년의 교회 출입과 종교 활동 참여를 금지하며 종교적 자유를 심각하게 후퇴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교황은 계속해서 침묵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공산당의 폭압적 정책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적 타협의 위험성과 도덕적 리더십의 부재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국 정책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적 자유와 정의라는 핵심 가치를 희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 내 지하 교회 신자들,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 그리고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이 정의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적 타협을 넘어 도덕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억압받는 신자들과 함께하는 정의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계속된 침묵은 가톨릭 교회의 신뢰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신자들의 희망을 무너뜨리고 있다.